아주 오래 된 친구가 갑자기 등산복 차림으로 집에 왔습니다.
산책 나오면서 오늘 방문할 예정이라고
휴대폰으로 문자도 보내고 전화를 몇 번이나 해도 반응이 없더랍니다.
휴대폰이 바뀌면서 저장되어있던 번호를 다 날려 버리는 바람에
집전화번호를 알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살짝 걱정이 된 친구는 산책을 접고 버스를 타고 그냥 집으로 온 겁니다.
꽃게무침을 만드느라 아침 7시부터 휴대폰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었는데...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표정이 우울해 보입니다.
이럴 때는 피톤치드를 흡수해야합니다.
우울감을 날려버려야지요.
친구를 데리고 경기도 화성에 있는 융.건릉에 왔습니다.
융건릉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샛노란 산국이 반겨줍니다.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더 많은 꽃들이 반겼을텐데요.
국화꽃 향기가 가는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유아원 아이들이 소풍을 나왔습니다.
아장아장 걸으면서 이곳이 어디인 줄 알기나 할까요?
아무래도 모든 유치원이 날을 잡은 것 같습니다.
융릉 건릉 주변에는 온통 아이들의 물결입니다.
물론 산국의 향기도......
아이들은 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넓은 초원과 많은 나무들이 있어
그냥 뛰어 놀기만 해도 좋기만 합니다.
늘씬한 소나무들이 제마다 아름다운 몸매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쭉쭉 뻗은나무들 속으로 푸르른 초원이 있고
그 옆으로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잔디밭이 있습니다.
반바퀴 정도를 돌고 다시 입구로 나옵니다.
산국이 여전히 반겨줍니다.
가을이 되면 감국과 산국이 산과 들에 핍니다.
향기도 무척 좋습니다.
그런데 산국과 감국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가지에 많은 꽃이 달린걸 보니 산국이 맞는 것 같은데요.
감국의 꽃은 산국보다 1cm정도가 더 큽니다.
친구에게 산국의 향기를 맡아 보라고 했습니다.
기분전환이 될 줄 알았는데
친구는 여전히 우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