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사흘 내리 와서 기분이 좀 꿀꿀해졌습니다.
비내리는 창 밖을 내다 보며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분위기 잡는 것도 지겹고...
안개가 자욱한 바깥을 내다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안개 속을 뚫고 한번 나가 볼까?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은 안개가 많이 끼는 곳으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곳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안개가 조금이라도 걷히면 그 때 나가자....
그렇게 기다리다가 나온 게 오후 두시,
옥수수 뻥튀기를 비닐에 담아서 하나씩 꺼내 먹으면서 동네를 돌았습니다.
2년 정도 이 동네를 돌아 다녔는데 그 동안은 보지 못했던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바로 아래에 있는 말발도리 사진을 작년에 많이도 찍었었는데 그때는 보지를 못했습니다.
나무가 약간 언덕진 곳에 있어서 쉽게 접근을 못하겠더군요.
우선 줌으로 당겨서 꽃사진을 찍어서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
꽃이 아래를 보고 피어있어 확인이 잘 안되었습니다.
약간 자세를 바꾸어서 다시 찍어 보았습니다.
꽃의 생김새는 일본 목련을 닮았는데 잎은 다르게 생겼습니다.
멀리 있는 꽃을 다시 줌으로 당겨서 찍어 보았습니다.
혹시 태산목일까?
언덕진 곳을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 갔습니다.
그래도 꽃 가까이 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습니다.
어찌어찌 해서 약간 더 올라 가서 또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는 꽃과 나란히 활짝 핀 꽃이 있었습니다.
목련을 많이 닮은 꽃, 아래를 보고 피는 꽃, 과연 무슨 꽃일까요?
깊은 산 중턱이나 물이 있는 골짜기 혹은 산기슭에서 많이 자라는 목련과 함박꽃나무입니다.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함박꽃같은 웃음이 절로 나오더군요.
꽃이 목련을 많이 닮아 산목련 혹은 개목련이라고도 한답니다.
목련은 꽃이 먼저 피고 난 다음에 잎이 나오지만
함박꽃나무는 넓고 큰 초록 이파리가 다 나온 다음에 꽃이 핀다고 합니다.
저절로 자라는 꽃나무 중에 이만큼이나 크고 아름다운 꽃이 피는 것도 드물다고 합니다.
여섯개 이상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꽃은 이렇게 아래를 보고 피는 특성이 있습니다.
함박꽃나무는 꽃이 크고 향기도 좋고 꿀도 많다고 합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올 무렵 혼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함박꽃나무
꽃을 보는 모든 사람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했으면 좋겠습니다.
5-6월에 꽃과 잎을 함께 뜯어서 그늘에 잘 말려 두었다가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울 때 달여 먹기도 하고 혈압을 낮추는데에도 쓰인다고 합니다.
아파트 공사 현장이 옆으로 살짝 보이는 곳에서 몰래 혼자 꽃을 피우고 있는 함박꽃나무
긴 타원형의 열매가 붉게 익는데 익으면 절로 벌어져 씨앗들이 하얀 줄에 매달린다고 합니다.
씨앗으로는 기름을 짭니다.
6-15cm정도의 넓은 달걀꼴을 한 잎은 끝이 약간 뾰족합니다.
자그마한 꽃봉오리가 나중에 그리 큰 꽃이 된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며칠동안 계속된 비로 인해 꿀꿀했는데 함박꽃나무를 보고난 뒤로는
기분이 너무 좋아졌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