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라는 생소한 음료를 처음 접하게 된 때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입니다.
베트남전쟁에 귀신잡는 해병대원으로 참전했던 막내삼촌이 갖고 온 레이션박스
그 신기한 박스 안에 들어 있던 인스턴트커피를 보게 된 그때부터이지요.
세월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
커피생두를 부암동까지 가서 사고, 온 집안에 커피껍질을 휘날리며 커피를 볶고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내려 먹습니다.
그 중 한 방법, 오늘은 싸이폰으로 커피를 한 번 만들어 볼까 합니다.
싸이폰커피는 증기압을 이용한 진공방식과 역삼투압방식을 이용하는 커피 추출법인데요.
워낙 높은 열기로 추출하기 때문에 추출시간이 짧아 커피가 쓰지 않은 장점이 있는 반면
추출후 용기 세척하는데 다소 귀찮은 점이 있습니다.ㅎㅎ
싸이폰은 보시는대로 맨 위부터 로드, 플라스크,알콜램프로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이것은 두 잔용입니다.
누구 집인지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고뇌하는 지휘자 카라얀도 보이고
수많은 양주병도 보이고 아마 누군가가 다 마셔버린 거의 빈병들 아닌가 싶네요.
직접 만든 커텐에 흐릿하게 보이는 꽃들도 있고, 가짜 꽃이겠지요?
로드에 넣는 필터입니다.
융과 종이가 있는데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이 있습니다.
융으로도 해 보고 종이로도 해 보고
두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남대문시장에 가면 있습니다.
필터를
로드 아랫쪽에 깔아 줍니다.
필터에 달려있는 쇠를 힘껏 잡아 당겨서
로드 아랫쪽에 걸쇠를 걸어 줍니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 커피가루를 넣었을 때 아랫쪽 플라스크로 잘 걸러주게 됩니다.
맨처음 사용시 저 걸쇠를 걸지 않고 하는 바람에
커피 알맹이가 함께 내려 와서 마시는데 힘들었다는 사실
플라스크에 찬물이나 끓인 물을 부어 줍니다.
찬물을 넣으면 물이 끓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뜨거운 물은 금방 끓어 오르고
플라스크 바깥쪽에는 물이 한 방울도 묻지않게 잘 닦아야 유리가 깨지지 않습니다.
물의 양은 플라스크에 정해져 있는 선 보다 약간 더 많이 붓는게 좋더군요.
커피가루가 물을 먹기 때문에 생각보다 추출되는 커피가 적답니다.
로드를 비스듬히 올려 주는 이유가 있을까요?
물이 끓는 동안 약간 데워주기 위해서랍니다.
플라스크 물이 끓기 시작하면 로드에 커피를 넣고 바로 세워줍니다.
너무 꽉 닫으면 나중에 잘 빠지지 않고 느슨하게 닫으면 공기가 들어 가고
커피는 집에서 볶은 원두를 갈아서 넣었는데요.
조금 강한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조금 가늘게 갈고
약간 연하게 먹고 싶으면 조금 굵게 갈면 되겠습니다.
싸이폰 커피를 만들고 있는 옆에서 누군가는 드립커피를 만들고 있네요.
카메라로 사진 찍으랴 드립커피 만들랴
누구일까요?
꼬마 숙녀는 오곡라떼를 마십니다.
싸이폰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 집안에 아이들이 있으면 아주 좋아합니다.
마치 실험실에 앉아있는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플라스크의 물이 힘차게 끓더니 갑자기 물이 위로 올라갑니다.
아무리 더 끓여도 플라스크에 있는 물이 다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로드의 끝이 닿은 부분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습니다.
물이 위로 올라 갔을 때
로드의 뚜꽁을 열고 나무 작대기로 안에 있는 커피를 저어 주어야 하는데
그것도 두 번.
그런데 그 사진을 찍지를 못했네요.
사진 찍으랴 커피 저어주랴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하고 말았네요.
어쨌든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두 번 저어 주어야 된다는 사실
그 다음에 로드 뚜껑을 닫고 알콜램프를 치웁니다.
꼬마숙녀가 자기가 불을 끈다고 하더니 그만 실수를 해 버립니다.
온 가족이 들러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왼쪽에 손만 보이는 놈은 꼬마도령인데 맨날 쵸코라떼만 마시고
꼬마숙녀는 오곡라떼 아니면 카모마일차를 마십니다.
오른쪽 할배는 에스프레소를 마십니다. 처음에는 블랙으로 나중에는 우유를 넣고...
유리식탁 위에 가정용 에스프레소 까페모카 머신도 있고 싸이폰용 메틸알콜도 보입니다.
싸이폰에서는 로드에 올라갔던 물이 커피가 되어서 플라스크로 자동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꼬마숙녀가 아주 신기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드디어 싸이폰커피가 완성되었습니다.
다 내려진 커피를 잡고 있는 오동통한 손의 주인공은 꼬마숙녀와 꼬마도령의 엄마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기가 사 온 커피잔에 커피를 따릅니다.
참고로 싸이폰으로 내린 커피를 마실 때는 커피 잔을 미리 따뜻하게 데우지 마시기를
안그래도 뜨거운 커피가 더 뜨거워집니다.
싸이폰으로 내린 커피의 맛은?
드립커피보다는 진하고 에스프레소 보다는 연하고
혹시 프렌치프레스로 만든 커피를 마셔 보았다면 그 맛과 비슷할겁니다.
다음에는 아이리쉬커피를 만들어 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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