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도 안 나오고 집에서 가만히 있자니 뼈까지 아려옵니다.
집 안에서 스웨터를 입고 목도리까지 두르고
그래도 춥네요.
따끈한 차를 마시고 싶지만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고
물도 안 나오는데 그럴수도 없고....
그래서 차라리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때도 아니게 뱀딸기 꽃이 피었습니다.
1년전 같은 곳에서 찍었던 사진이 있는데
그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입니다.
가을걷이도 다 끝났고 나뭇잎들은 점점 메말라 갑니다.
포장이 안 된 순수한 흙길이라 제가 자주 걷는 길입니다.
1년전에는 억새풀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올해는 억새풀이 왜 안 나왔을까요?
사람들이 뽑아버렸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전에 피고 이미 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네요.
소 먹이용 밀이 많이 심어져 있던 곳인데
올해에도 이미 다 베고 들판만 남았습니다.
이 길을 걷고 또 걷습니다.
모감주나무 열매는 완전한 가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들깨가 심어져 있었을 때는 보이지도 않았었는데
깨를 다 털고 난 지금 엄청난 열매를 매달고 있는 노박덩굴을 발견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땅에서 보석을 보아도 이리 반갑고 좋지는 않을 것 같네요.
노박덩굴을 이리저리 보고 있는데
길가던 아주머니 두 분이 가던 길을 멈추고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외칩니다.
거기서 뭐해요?!!!!뭐가 있어요? 뭐 보고 있냐구요~~~~
그런데 도대체 저분들은 무엇이 궁금해서 숨도 안 쉬고 질문을 연달아 해대실까요?
표정들이 조금 사납습니다. 혹시 자기네 땅인가?
대답을 안 할려다가 억지 미소를 띄우고 말해주었습니다.
열매를 보고 있습니다. 예쁜 열매요~~~~~~
그러자 두 사람은 마주 보면서 말합니다.
열매 본다네~~근데 저기 무슨 열매가 있어?
집으로 오는 길 아파트 옆을 걷습니다.
그곳에는 이렇게 예쁜 열매가 달린 산사나무가 있습니다.
주렁주렁 열린 아주 잘 익은 작은 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애기감처럼...
유월에 꽃이 피었을 때의 산사나무입니다.
하얗고 작은 꽃이 지금은 저토록 빨간 열매로 바뀌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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