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동네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돌았습니다.
산에라도 갈까 했다가 함께 사는 사람이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자주 가지 않는 동네 먼길을 돌아 보기로 했습니다.
많은 길 중에 어디로 가야 낯익은 길이 나올까 찾다가 그 중 골라 간 길
그 길에서 만난 풍경입니다.
한 폭의 그림 같지 않나요?
아주 잘 그리는 그림은 아니지만 한 때 그림을 그렸던 사람으로서
이 풍경을 꼭 그려 보고 싶습니다.
파스텔로 한 번 그려 봐야겠네요.
물은 그리 맑지는 않습니다.
물가에는 억새가 있고 갈대도 있습니다.
그 누군가는 파라솔을 쳐 놓고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입질이 있나요?
그렇게 길을 걷고 또 걷다가
어느 이름모를 묘지 앞에 다다랐을 때
너무도 밝은 모습으로 피어있는 산부추를 만났습니다.
살아 있었을 때 꽃을 무척 좋아했었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화사한 모습의 산부추가 어떻게 피어나겠습니까?
다른 꽃도 있었습니다.
그 꽃도 역시 아주 깨끗한 모습이었지요.
땅이 좁은 우리나라
장례 문화가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묘지 주변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들풀들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점점 없어지겠지요?
정말 아름다운 산부추와의 만남이었습니다.